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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기후위기 시대의 패션산업

업사이클에코센터 0 156

▲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지난 2011년 11월 25일 뉴욕타임스에 파타고니아 기업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도발적인 광고를 냈다. 의류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생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역설적으로 당시 자사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던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한 것이다. 지금도 이 광고는 ESG 경영의 상징적인 홍보 카피로 기억되고 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의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는 매년 3억4200만배럴의 석유가 소비된다. 그리고 흰 티와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은 각각 2700ℓ와 7000ℓ에 달한다. 게다가 세탁하는 과정에서는 70만 개 이상의 미세섬유가 배출되는데, 이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전체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약 30%에 이른다. 물론 합성섬유는 500년 가까이 썩지 않기에 소각과 매립 시 또 다른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 결과적으로 옷을 생산, 세탁, 폐기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 이상이 배출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에 생산되는 옷은 약 1000억 벌인데, 그중 약 330억 벌은 생산된 그해 폐기 처리된다. 이 중 포장도 뜯지 않고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20% 가까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패션' 흐름으로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류기업들은 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여 유통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매하고 유행에 뒤떨어진 옷들은 누군가는 입을 거라며 커다란 죄책감 없이 쉽게 헌 옷 수거함에 내다 버린다. 이렇게 수거함에 모인 옷들은 대부분 인도, 캄보디아, 가나 등 개도국으로 수출되는데 이 또한 그 나라에서도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 방치되어 결과적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제3국에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U는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폐기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불명예스럽게도 세계 5위 헌 옷 수출국인 한국은 이러한 의류 환경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폐기물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즉 제품 및 포장재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의류는 이 대상 품목에 빠져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생활폐기물로 배출된 섬유류는 37만664t이다. 이 중 대부분 소각 매립되고 재활용은 단 2만1433t 5.8%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폐기물 평균 재활용률이 70% 가까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어느 품목보다도 낮은 수치다.

올해 환경부는 환경 신산업 창출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수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환경을 빙자한 경제활동, 즉 그린워싱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활용한다며 제3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의류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산업육성이 더 필요하다.

이제 패션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패스트패션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정부 정책이 더디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먼저 나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한다. 버리지 말고 오래 입으세요!( Don't waste it, Wear longer)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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